쥬얼리는 2001년 데뷔한 한국의 대표적인 2세대 걸그룹 중 하나다. 여러 차례 멤버 교체를 거쳤고, 2000년대 중후반 전성기를 맞았다. 대표곡으로는 ‘Super Star’, ‘One More Time’ 등이 있으며 당시 한국 가요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초기 멤버 박정아와 이지현은 최근 함께 데뷔 초 전성기 시절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회상했다. 당시 두 사람은 전국 각지의 공연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도시를 오갔고, 차 안에서 타이어 타는 냄새를 맡으며 달린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20여 년이 지난 뒤 당시를 돌아본 두 사람은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말했다.
27일 유튜브 채널 ‘현생모드퀸지현’에는 ‘쥬얼리 언니들 박정아&이지현|이제야 공개하는 그 시절 쥬얼리 활동 비하인드’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서 두 사람은 쥬얼리의 과거 사진과 자료를 살펴보며 20여 년 전 활동기를 되짚었다. 그중 가장 강하게 남은 기억은 숨 돌릴 틈조차 없었던 ‘살인 스케줄’이었다.

전성기 시절 전국을 쉴 새 없이 오가던 나날에 대해 박정아는 당시 스케줄이 지금 떠올려도 믿기 어려울 만큼 빡빡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지도에 펜으로 우리가 다닌 동선을 그려본 적이 있다. 그때 다닌 대로 선을 그으니 정말 지도가 찢어질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극단적인 점은 두 사람이 사실상 차량을 대기실처럼 썼다는 대목이다. 박정아는 “차에서 자다가 문이 열리면 내려서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끝나면 다시 차에 타서 자고, 또 문이 열리면 다음 행사장으로 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기계처럼” 일했다고 표현했다.
잠뿐 아니라 식사와 헤어 스타일링까지 차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박정아는 당시 차 안에서 우동을 먹기도 했다며, 국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포장 봉지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젓가락을 넣어 바로 먹었다고 말했다. 또 휴대용 가스 고데기로 차 안에서 머리를 손질하다 실수로 화상을 입은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대구에서 마산으로 이동하던 일정이었다. 박정아는 당시 두 지역 사이를 이동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며 “남은 시간 안에 평소의 절반 시간으로 도착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방송에 늦을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지현도 당시를 두고 “정말 타이어 타는 냄새를 맡으면서 갔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쥬얼리가 현장에 도착하지 못해 프로그램은 약 15분 지연된 상태였고, 현장에서는 계속 전화로 매니저를 재촉해 분위기가 매우 긴박했다. 결국 일행은 가까스로 도착했지만 운전을 맡았던 매니저는 이미 탈진한 상태였다. 박정아는 “우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무대로 뛰어갔는데, 매니저 오빠는 차에서 내리더니 타이어 옆에 그대로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당시 주변에 타이어 타는 냄새까지 퍼져 있었고, 매니저가 바닥에 앉아 계속 “어떡하지?”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하지만 멤버들은 멈출 시간이 없어 곧장 무대로 뛰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지현도 “그건 정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다. 5분만 더 늦었으면 정말 방송에 펑크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당시 경험을 다시 이야기하며 목숨을 걸다시피 했던 활동 방식에 씁쓸함을 드러냈다. 박정아는 “이게 대체 뭐였을까.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매니저에 대해 “우리 4명의 목숨을 싣고, 자기 목숨까지 걸고 운전한 것”이라고 했다.
박정아는 지금은 그런 업무 환경이 달라졌다고도 봤다. 그는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때 그런 방식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그 시절을 “야만의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정이 정말 촉박할 때는 차 안에 있던 경광등을 꺼내 차 밖에 달고 다음 행사장으로 달려간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강도 높은 스케줄을 함께 버티며 쥬얼리 멤버들과 매니저 사이에는 ‘전우’ 같은 유대감도 생겼다. 멤버들은 차 안에서 잠을 잘 수 있었지만 매니저는 장시간 운전해야 했기 때문에, 이들은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매니저가 졸음운전을 하지 않도록 깨우려 애썼다.
쉴 새 없는 이동 외에 당시 걸그룹이 겪어야 했던 또 다른 압박은 혹독할 정도로 엄격한 체중 관리였다. 박정아는 연습생 시절 키 168cm에 몸무게 55kg이었다며 “그때는 그 정도도 살이 조금 있다고 여겨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변의 다른 여자 연습생들은 49kg, 48kg에 불과했다며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는 살을 빼려고 정말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이지현 역시 당시 다이어트 때문에 큰 압박을 받았다며 박정아의 경험에 깊이 공감했다.

가장 힘들었던 전성기를 함께 버텨낸 시간은 두 사람의 우정을 지금까지 이어지게 했다. 이지현은 박정아에게 “나는 지금도 정아 언니의 엄청난 팬”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언니를 정말 사랑하니까 지켜주고 싶다. 누가 언니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면 나는 정말 가서 그 사람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아도 “나도 늘 너를 응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국 각지를 쉴 새 없이 달리고, 차 안에서 먹고 자던 시절부터 20여 년이 지나 다시 그 청춘을 돌아본 두 사람은 웃으며 추억을 꺼내면서도 당시 과로에 가까웠던 활동 환경에 깊은 감회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